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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의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누구보다 실내악 운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페스티발 앙상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이글을 씁니다.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은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그리고 진지하면서도 파격적인 기획력으로 정평이 난 실내악 단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 대상을 "클래식 매니아"에서 "연인들", "처음 클래식에 입문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문화나들이를 즐기려는 가족들" 이라고 넓게 말합니다. 그러면 오늘의 음악회는 진지한 쪽에 너무 무게를 많이 두고 그 대상도 클래식 매니아에만 한정한 음악회인것인가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20주년이라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고 그 시간의 무게에 걸맞는 연주회를 마련하고 싶은 의욕은 높이 사야만 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그리고 파격적인 기획력을 최고의 장점으로 남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페스티발 만의 색깔이고 코드라면 이번의 코드는 너무 경색되고 권위적인 자세로 "이것 정도는 알아야지요"라고 훈계하는 듯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연주 된 세곡 모두를 다 존경합니다. 쇤베르크의 의도된 "냉소적인" 음색이나 메시앙의 절절한 체험이 소름 끼치는 포로 수용소에서 작가자신이 피아노연주자로 초연한 첫곡이나 병사의 이야기까지-이 마지막 곡 마저 없었다면 이날의 청중들은 정말 희망을 잃고 살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를거예요-- 모두 20세기 사회상을 웅변하는 20세기의 기념비적 명곡들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2006년 한국의 서울에서 이 세곡 모두가 페스티발 앙상블이 20주년 기념해인 음악회에 "20세기의 정신"이란 포괄적인 제목으로 넣어서 함께 연주할 당위성은 무엇인가 생각하면 크게 생각이 가다듬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오늘 날 되새겨 읽어보면 너무 과장되어 현실감이 떨어지는 주지주의 작가들의 시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이 단지 저만일까요? 달에 홀린 피에로의 원작 시들을 읽어보면 제가 말하는 바를 이해 하실 것입니다. 또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4중주"이라고 번역해 두었는데 사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원작의 의도에 맞는 말일 것입니다. 3차원 세계에서 시간은 일직선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여기에 음악의 원천이 있습니다. --- 더이상 앞으로 나아감이 없는 지점 즉 포로 수용소의 작가의 시간을 의미한다고도 저는 믿습니다. 이 시간은 신의 힘이 아니면 해결이 될 수 없는 것임을 메시앙은 간절히 염원했던 것입니다. 이 간절한 작가의 메시지가 세기말이나 힘들었던 IMF 통제하의 한국에서 연주 되었더라면 더 시의 적절하고 그 감동도 컸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간절함은 인간에게 항상 갈구 하는 원형으로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둘째 곡에서 계속되는 쇤베르크의 무조적 음고의 즐기기 어려운-이 점이 작가의 의도였습니다. 쉽게 들리지 않게끔 즉, 애써서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선율과 다시 너무나 처절한 사실성과 종교적 성향으로 연주회는 자꾸만 벽으로 땅속으로 아니 달빛 아래 길을 잃고 떠돌도록 서슴없이 요구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만의 느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곡 병사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물론, 스트라빈스키의 리듬과 색채는 절충적인 데가 있어서 덜 고통스럽습니다. 우선 얘기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재미나고 속도감이 있습니다. 이제 청중들은 좀 풀려나는듯 합니다. 그런데 왠일일까요. 대개의 신데렐라 얘기같이 해피엔딩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스트라빈스키마저 속시원한 해결을 해 주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도 악마가 이기니까요... 리듬이나 선율의 단순성이 앞의 두 곡들보다 감상하기 좋은 듯하다가 결말은 오히려 더 냉소적입니다. 한대 뒷통수 맞는 격이라고나 할까..
이 세곡들 모두 전쟁과 관련된 곡이란 점도 곡의 성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역할을 합니다. 메시앙의 곡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비 인간적인 만행들이 저질러진 2차대전이 한참진행 중일 때였고 스트라빈스키의 곡은 일차대전이 막바지 일때 그리고 쇤베르크의 곡은 일차대전이 막 시작하려는 전운이 감도는 유럽에서 바로 쓰여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곡들이 음악사에 아무리 무게있는 중요한 걸작품이며 20세기를 대표 할 만한 작품이라 해도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의 20주년 기념해의 정기연주회 곡으로는 수용자나 연주자 모두에게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닌가란 결론에 닿습니다. 20세기초의 모더니스트들인 쇤베르크와 스트라빈스키의 세계관과 20세기 전체를 다양한 실험적 자세로 임했던 메시앙의 음악이 21세기를 새로이 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는 지 좀더 고려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기획력을 다른 단체와 구별지을 수 있는 특징으로 한다면 이번은 기획자의 조금 무리한 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목으로 정한 "20세기 정신"은 사실 이렇게 어둡고 칙칙한 것 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차대전이후 음악계는 놀랍게 다양해졌습니다. 19세기의 조성을 살린 후기낭만파계통의 음악을 지향하는 움직임도 활발했고 민속악과 제 3 세계 음악들이 연주계의 주류와 함께 공존하는 시대가 20세기의 특징으로 말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즈 심지어 요즘 너무나 자주 들을 수 있는 피아졸라등의 탱고음악들를 생각해 봅시다.
그런 점에서 페스티발 앙상블의 "20세기의 정신" 음악회는 기획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약간 주저 됩니다. 연주의 성패를 말함이 절대 아님을 다시 강조합니다. 사실 연주자들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난곡이기도 하거니와 절대적인 물리적 연습시간이 얼마나 필요한 곡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진심으로 연주자들의 밀도있는 음악적 소통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해를 이끌어 오는 것은 진정 대단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더 큰 발전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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