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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9 못말리는 음악회
Author | 관리자 Date | 2004. 12. 9. Count | 16658
[공연]"아니, 모차르트 자네 천사가 됐어?"

[동아일보 2004-12-09 01:01]

"아니 모차르트, 자네 천사가 됐어? 난 귀신이 돼 아직 구천을 떠돌고 있는데, 야
이게 뭐야, 죽어서도 자네만 못하잖아!"

살리에리(바리톤 이규석)가 크게 제스처를 취하며 모차르트(피아니스트 정영하)??
책 읽듯이 말을 건네자 박은희 한국페스티벌앙상블 음악감독이 한 마디 던졌다.
"아이고, 차라리 대사를 읽어요, 읽어." 폭소가 터졌다.

이어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아리아 '창가로 오라 그대여'를 노래했다.

○ 17일 서울 호암아트홀서 공연

6일 늦은 저녁, 예술의 전당 부근인 서울 서초동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의 아담한
지하연습실. 17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못 말리는 음악회―악동
모차르트! 천사가 되다'의 첫날 연습이 한창이었다. 경박했지만 명작을 많이 남긴
덕에 천사가 된 모차르트. 서울에 나타나 살리에리 귀신과 만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실의에 잠겨 있는 오늘날의 한국 작곡가와 그의 가족을 만나기까지
하는데….

○ '못말리는 음악회' 일곱번째 시도

이번 공연의 연출자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자인 윤호진씨. 그는 고개를 끄덕여
가며 첫 연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그런데 마무리가 너무
잔잔해서 끝을 손볼까 합니다. 모차르트가 하늘에서 다시 내려와 연주자들 앞에
나타나는 식으로…." 그는 "박은희 감독이 하도 집요하게 설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끼어들게 됐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대본을 쓴 최혜현씨(방송 구성작가)는 "그간 모차르트 것으로 알려져 온 유골과 최근
발굴된 그의 조카 DNA가 무관하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듣고 모차르트를 오늘날 한국에
되살려 봤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온 한국페스티벌앙상블 '못 말리는
음악회'의 일곱 번째 시도. 1997년 ?坪?작곡가 'P D Q 바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첫 번째 공연을 가졌다.

○ '밤의 여왕의 아리아' 등 연주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너무 즐거워해요. 평소 안 해 보던 연기 연습을 하다 보면
동료로서 한층 친해질 수 있으니까 앙상블에도 도움이 되죠. 관객들로서도 친근하게
명곡에 다가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고요."

박 음악감독은 진지함을 잃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연주의 완성도는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A장조 중 1악장, '심포니아 콘체르탄테'
E플랫장조,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등이 연주된다.

한국에 사는 작곡가 역에 피아니스트 김주영, 그를 괴롭히는 장모 역에는 소프라노
이춘혜 등이 출연한다. 2만원. 02-501-8477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