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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9. 음악으로 되돌아본 20세기 발자취
Author | 관리자 Date | 2004. 9. 19. Count | 13172
음악으로 되돌아본 20세기 발자취

20세기도 모르면서 어떻게 21세기로 넘어갈수 있느냐.’ 현대음악 알리기에 주력해온 실내악단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이 이렇게 옹골찬 질문을 던졌다.새로운 세기,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에만 들떠있는 공연계 풍토를 질타하는 목소리 같기도 하다.

이들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로 한국페스티벌앙상블홀에서 ‘20세기 음악축제-콘서트 09∼99’를 연다.무엇이,어떻게 한 세기를 채웠는지를 되짚어보자는 게 이번 공연의 취지다.1909년부터 99년까지 ‘9’자 돌림의 해에 작곡된 21개 작품을 골라 연대기순으로 연주한다.20세기 대표작을 모두 망라하지 못한 한계,곡 자체의 난해함,한국 초연작이 다수인 점등 어려움이 많지만 행사의 의미가 깊고 연주자들의 의욕도 뜨겁다. 20세기는 한줄기의 음악사조로 정리되지 않는다.이번 연주회는 이런 복잡한 흐름을 20년 단위로 조망한다.

첫날인 22일에는 1909년과 1919년에 작곡된 작품들이 선보인다.쇤베르크의 ‘3개 피아노곡 작품 11’,시벨리우스의 ‘현악4중주 라단조 작품 11’과 스트라빈스키,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을 연주한다.쇤베르크의 작품은 12음 기법으로 작곡된 현대음악의 입문격인 작품이고,시벨리우스의 작품은 낭만주의시대의 향내가 흠씬 묻어나는 작품으로 후기낭만주의의 영향이 남아 있는 가운데 ‘현대음악(Mordern Music)’이라고 할만한 형식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당시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23일(1929∼39년)에는 메시앙,코플랜드의 작품과 함께 바르토크의 ‘현악 4중주 6번’을 들려준다.바르토크의 작품은 연주자들에게 ‘최악의 작품’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난해한 작품이다.

24일(49∼59년)에는 전위적인 작곡기법이 본격화한 ‘모던’의 전형적인 작품들이 선보인다.한 마디 안에 두개의 조성(調性)이 들어있는 힌데미트의 ‘더블베이스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한국초연)및 올해 탄생 1백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인 풀랑의 성악곡 ‘가짜혼약’,펜데레츠키의 바이올린곡인 ‘3개의 미니어처’는 현대음악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25일(69∼79년)에는 슈니트케의 낭만적인 작품 ‘고요한 음악’이 한국 초연되며,지루한 반복이 이어지는 존 케이지의 피아노곡 ‘싸구려 모방’도 흥미로운 레퍼토리로 연주된다.

26일(89∼99년)과 27일에는 백병동 김승근 구본우 이강률씨 등의 곡으로 한국의 현대음악도 조망한다. 박은희씨는 “우리의 경우, 서양음악 전래과정상 낭만주의 시대에서 20세기초반이 생략된채 곧바로 현대음악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단절현상’이 생겨난 것이 현대음악을 대중과 멀어지게 한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세기 축제를 통해 끊어진 다리를 복구하듯 애호가들의 현대음악 이해를 돕겠다”고 말했다. 02-739-3331 <오승훈기자>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