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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2.9 파격음악 들으며 "잘가라 98"
Author | 관리자 Date | 2004. 9. 19. Count | 15063
파격음악 들으며 "잘가라 98"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음악가?’,‘전통악기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한다니…’.

송년 시즌을 맞아 클래식 음악회가 답답한 권위의 옷을 잠시 벗는다.연말에 ‘특별한 추억’을 찾게 마련인 청중에게 음악가들은 ‘깜짝 이벤트’로 다가서려고 한다. 굳이 품격을 따지지 않는 여유가 주어지는 것이 이때다.10여회의 송년음악회가 열리는 올해도 파격과 정격을 넘나드는 이색 음악회가 눈길을 끈다.

코믹 음악회 ‘엉터리 교수와 가짜 바흐’(1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선 느닷없이 우스꽝스런 옷차림의 교수가 등장,“바흐의 자식이 20명이라고 알고 있을 테지만 그의 21번째 아들인 PDQ 바흐의 작품을 발견했다”고 소개한다. 귀가 솔깃해진 청중에게 들려오는 것은 ‘두대의 앙숙의 악기 그룹을 위한 메아리 소나타’처럼 기괴한 제목의 작품들. 청중은 열심히 감상하지만 해설자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도대체 진짜야,가짜야” 하고 웅성거리며 음악회는 막을 내리고, 청중은 이 연주회가 미국 출신의 작곡가 피터 시클리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놀림당한 기분을 느껴야 한다.

시클리는 지난 59년 당시 클래식음악계를 휩쓸던 ‘바로크 선풍’을 비꼬기 위해 이 코믹 연주회를 만들었다. ‘PDQ’ 역시 가짜 바로크(Pseudo Baroque)의 이니셜. 진정한 바로크는 바흐밖에 없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대중음악에까지 바흐의 선율이 인용되는 현실에 비춰봐도 여전히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연주회다. 연극배우 최종원씨가 괴짜 교수 역을 맡고, 한국페스티벌 앙상블(음악감독 박은희)과 인천 시립합창단이 협연한다.

[문화일보]